면역항암제, 이제 암 정복의 문턱에 서다

신의철 교수가 바라본 면역항암제의 현재와 미래

“암 치료가 드라마틱해질 순간은, 내 안의 면역세포가 다시 깨어나는 바로 그 순간이다.”


1. 들어가며

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암이라는 ‘불치’의 벽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. 아무리 강력한 항암제를 개발해도 암세포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다시 돌아왔다. 하지만 최근 10년, 암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. 그 중심에는 우리 몸이 가진 면역 시스템이 있다.

이 보고서에서는 국내 면역학 권위자인 카이스트 신의철 교수의 설명과 최신 연구를 기반으로,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‘면역항암제’의 개념과 가능성, 최신 트렌드를 쉽고 명료하게 살펴본다.


2. 면역은 늘 암과 싸우고 있었다 ― 면역 경비 가설

우리 몸속에서 암세포가 매일 같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? 정상적인 면역 시스템은 매일 암세포를 찾아 제거한다. 이것을 면역 경비 가설이라 부른다. 면역력이 약화된 에이즈 환자나 장기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 암이 흔히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.

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핵심 원리는 PD-1과 PD-L1이라는 단백질이 만들어내는 ‘악수’이다. 암세포가 면역세포(T세포)와 악수를 하면, 면역세포는 기능을 잃고 탈진한다.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악수를 끊는 약물(항체)을 만들었고, 이로써 면역관문 억제제가 탄생했다.


3. 면역관문 억제제 ―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다

2018년, 노벨 생리의학상이 PD-1과 PD-L1의 연결고리를 끊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수여되면서, 면역항암제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.

면역관문 억제제는 암세포가 T세포를 속여 기능을 잃게 하는 걸 막아, 우리 몸이 다시 스스로 암을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제다.

가장 유명한 사례는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다. 그는 악성 흑색종이 뇌에 전이돼 생명이 위급했으나, 면역관문 억제제 투여 이후 암이 완전히 소실됐다.

국내에서도 폐암, 간암, 신장암, 흑색종 환자를 중심으로 이미 사용 중이며, 환자의 약 20%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놀라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.

면역관문 억제제의 장점과 한계

면역관문 억제제는 기존 화학항암제와 달리 정상 세포를 거의 손상시키지 않는다. 그러나 한계도 존재한다. 전체 환자의 약 80%는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, 자가면역 반응(예: 백반증 등)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.

이에 대해 신의철 교수는 “반응률을 높이고, 부작용을 제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”고 강조했다.